영화 '헤레틱(Heretic)' : A24와 휴 그랜트가 선사하는 지적 공포 스릴러 (줄거리, 결말 해석, 관람 포인트)
A24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각본가 듀오 스콧 벡과
브라이언 우즈가 연출을 맡은
영화 <헤레틱(Heretic)>.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 휴 그랜트의 파격적인 악역 변신과 <올드보이>, <기생충>의
정정훈 촬영감독의 참여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습니다. 2024년 북미
개봉 후 호평과 함께 준수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으며, 드디어 2025년 4월 2일 한국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단순한 공포를 넘어 종교, 신념,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 <헤레틱>. 이 포스팅에서는 영화의 기본 정보부터 심층적인 줄거리 분석, 배우들의 열연, 제작 비하인드, 그리고 놓쳐서는 안 될 관람 포인트와 결말 해석까지 모든 것을 상세하게 다룹니다.
I.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헤레틱 (Heretic)
- 장르: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심리 드라마
- 감독/각본: 스콧 벡 (Scott Beck), 브라이언 우즈 (Bryan Wo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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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출연진:
- 휴 그랜트 (Hugh Grant) - 미스터 리드 역
- 소피 대처 (Sophie Thatcher) - 시스터 반스 역
- 클로이 이스트 (Chloe East) - 시스터 팩스턴 역
- 토퍼 그레이스 (Topher Grace) - 엘더 케네디 역
- 촬영 감독: 정정훈 (Chung Chung-hoon)
- 음악: 크리스 베이컨 (Chris Bacon)
- 제작사: A24, Beck/Woods, Catchlight Studios, Shiny Penny
- 배급사: A24 (미국), 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
- 상영 시간: 111분 (1시간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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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
- 북미: 2024년 11월 8일 (TIFF 프리미어: 2024년 9월 8일)
- 한국: 2025년 4월 2일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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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 한국: 15세 이상 관람가
- 미국: R 등급
II. 깊이를 더하는 줄거리: 믿음은 당신을 구원할 것인가, 파괴할 것인가?
독실한 젊은 모르몬교 선교사 시스터 반스(소피 대처)와 시스터 팩스턴(클로이 이스트)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 날, 외딴 마을에서 복음을 전파하던 중 친절해 보이는 노신사 미스터 리드(휴 그랜트)의 집 문을 두드립니다. 영국식 억양에 깔끔한 옷차림, 점잖은 매너를 지닌 리드는 아내가 갓 구운 블루베리 파이를 대접하겠다며 두 사람을 집 안으로 초대합니다.
하지만 안락해 보였던 집은 순식간에 벗어날 수 없는 함정으로 변합니다. 달콤한 블루베리 파이 향기는 사실 타오르는 양초 냄새였고, 현관문은 굳게 잠겼으며 휴대폰 신호마저 끊깁니다. 리드는 본색을 드러내며 두 선교사에게 종교와 신념에 대한 집요하고 불편한 신학적 논쟁을 시작합니다. 그는 "모든 종교는 서로의 변형일 뿐이며, 진정한 구원은 없다"고 주장하며, 선교사들의 믿음을 뿌리부터 뒤흔듭니다.
리드는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합니다. 집 안에는 '믿음(Belief)'과 '불신(Disbelief)'이라는 이름이 붙은 두 개의 문이 있습니다. 각자의 신념에 따라 문을 선택하면 나갈 수 있다는 리드의 말. 하지만 두 문은 결국 같은 어두운 지하실로 통하는 함정일 뿐입니다. 지하실에서 두 선교사는 리드의 끔찍한 비밀과 마주하게 되고,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사투와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됩니다. 영화는 제한된 공간인 집 내부를 미로처럼 묘사하며 심리적 압박감을 극대화하고,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관객들을 숨 막히는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III. 강렬한 캐릭터와 배우들의 열연
- 미스터 리드 (휴 그랜트): 영화의 가장 큰 관람 포인트는 단연 휴 그랜트의 파격 변신입니다. 로맨틱 코미디 속 다정하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지적이고 설득력 있는 언변 뒤에 섬뜩한 광기를 숨긴 미스터 리드를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휴 그랜트는 이 역할을 위해 연쇄 살인범, 사이비 교주 등을 연구하고 방대한 캐릭터 배경을 직접 설정하는 등 강박적일 정도로 몰입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의 연기는 "매혹적이면서도 불안하게 만드는", "악마적이지만 훌륭한" 연기라는 극찬을 받으며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의 연기 중 하나로 꼽힙니다.
- 시스터 반스 (소피 대처): <옐로우재킷>, <부기맨> 등으로 공포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소피 대처는 상대적으로 회의적이고 이성적인 선교사 반스 역을 맡았습니다. 그녀는 리드의 논리에 맞서 신념을 지키려 애쓰면서도 점차 고조되는 공포 속에서 흔들리는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실제로 모르몬교 가정에서 자란 경험은 없지만, 관련 인터뷰와 자문을 통해 캐릭터의 진정성을 높이려 노력했습니다. 그녀가 직접 부른 OST 수록곡 'Knockin' On Heaven's Door' 역시 영화의 여운을 더합니다.
- 시스터 팩스턴 (클로이 이스트): 반스와 달리 순수하고 독실한 믿음을 지닌 팩스턴 역은 클로이 이스트가 연기했습니다. 그녀 역시 어린 시절 모르몬교 환경에서 자란 경험이 있어 역할에 깊이 공감하며 연기했다고 합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그녀의 믿음이 어떻게 시험받고 변화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특히 영화의 결말에서 그녀의 선택과 마지막 장면은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 조연: 토퍼 그레이스가 연기한 엘더 케네디는 짧지만 선교사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며, 엘 영이 연기한 '예언자'는 미스터 리드의 신념 체계와 관련된 미스터리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IV. 연출과 제작: A24 스타일의 정수
- 감독 & 각본 (스콧 벡 & 브라이언 우즈):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의 각본가로 명성을 얻은 스콧 벡과 브라이언 우즈 듀오는 이번 작품에서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아 자신들만의 비전을 확고하게 펼쳐 보입니다. 이들은 수십 년간 나눠온 종교, 오컬트, 죽음에 대한 불안에 대한 대화를 바탕으로 <헤레틱>을 구상했다고 밝혔습니다. 단순히 공포 효과에 집중하기보다, 심리적 압박과 철학적 질문을 통해 지적인 스릴을 선사하는 데 주력합니다.
- 촬영 (정정훈): <올드보이>, <아가씨>, <그것>, <라스트 나이트 인 소호> 등에서 독보적인 영상미를 선보인 정정훈 촬영감독의 참여는 <헤레틱>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입니다. 그는 제한된 공간인 집 내부를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정교하고 통제된 카메라 워크(달리 댄스 플로어 활용)와 빛과 그림자를 극적으로 활용하는 조명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물들의 심리 변화와 공간이 주는 압박감을 시각적으로 탁월하게 표현하며 영화의 몰입도를 극대화합니다.
- 제작 (A24): <유전>, <미드소마>, <톡 투 미> 등 독창적이고 수준 높은 공포 영화를 꾸준히 선보여온 A24의 제작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헤레틱> 역시 A24 특유의 스타일, 즉 단순한 장르 공식을 따르기보다 예술성과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탐구하며 관객에게 강렬하고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의 결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2023년 SAG-AFTRA 파업 중에도 특별 협정을 통해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던 점은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V. 음악과 사운드트랙: 분위기를 완성하다
영화의 음악은 <웬즈데이>, <메이즈 러너> 시리즈 등에 참여했던 크리스 베이컨이 맡았습니다. 그는 미니멀하면서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스코어를 통해 영화의 불안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조성합니다.
특히, 영화의 중요한 상징(블루베리 파이)을 연상시키는 '블루베리 파이 컬러 바이닐'로 발매된 OST는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OST에는 크리스 베이컨의 오리지널 스코어 외에도, 주연 배우 소피 대처가 직접 커버한 밥 딜런의 명곡 'Knockin' On Heaven's Door'가 수록되어 캐릭터의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또한, The Hollies의 'The Air That I Breathe'나 Radiohead의 'Creep'과 같은 유명 팝송들이 적재적소에 삽입되어 특정 장면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거나 영화의 주제와 연결되어 다양한 해석을 낳습니다.
VI. 평가 및 반응: 호평 속 엇갈린 시선
<헤레틱>은 2024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TIFF)에서 첫 공개된 후 비평가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습니다.
- 비평가 평가: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2%, 메타크리틱 점수 72점을 기록하며 전반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휴 그랜트의 연기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받았으며, 영화의 지적인 접근 방식, 긴장감 넘치는 연출, 정정훈 촬영감독의 영상미 또한 높이 평가되었습니다. 다만, 일부 비평가들은 결말이 다소 아쉽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관객 반응: 비평가들의 열광적인 반응과는 달리, 일반 관객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습니다. 로튼 토마토 관객 점수는 78%, 시네마스코어는 C+ 등급을 기록했습니다. 휴 그랜트의 연기와 영화의 서스펜스에는 많은 관객이 공감했지만, 결말의 모호함이나 스토리의 깊이, 전통적인 공포 영화의 자극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이는 A24 영화 특유의 스타일과 열린 결말이 대중적인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VII. 관람 포인트: <헤레틱>을 즐기는 방법
- 휴 그랜트의 인생 연기: 로맨틱 코미디 황제의 소름 돋는 악역 변신, 그 자체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 지적이고 심리적인 공포: 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보다는 대사와 분위기, 심리적 압박으로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를 선호한다면 만족할 것입니다.
- A24표 웰메이드 스릴러: 독창적인 스토리텔링과 예술적인 미장센,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담은 A24 영화를 좋아한다면 놓치지 마세요.
- 정정훈의 미학적 영상: 빛과 어둠, 정교한 카메라 워크로 구현된 감각적이고 몰입감 높은 영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끊임없는 질문: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종교, 믿음, 인간의 나약함과 선택에 대해 곱씹어 볼 거리를 던져줍니다.
VIII. 결말 해석 (※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마지막, 시스터 반스는 리드에게 목숨을 잃지만 죽기 직전 팩스턴을 구하기 위해 리드를 공격합니다. 홀로 남은 팩스턴은 결국 리드의 집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눈 덮인 세상 밖으로 나온 그녀의 손등에 작은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앉습니다.
- 나비의 의미: 팩스턴은 영화 초반, 죽으면 나비가 되어 사랑하는 이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마지막 장면의 나비는 비극적으로 희생된 시스터 반스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녀의 영혼이 팩스턴 곁에 머물며 위로와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믿음의 승리?: 팩스턴의 생존은 결국 그녀의 (혹은 반스의 희생으로 이어진) 믿음이 리드의 허무주의적인 논리를 이겨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비가 앉는 장면은 현실이라기보다는 팩스턴의 주관적인 경험이나 환상처럼 묘사되기도 해, 믿음의 본질과 구원의 모호성에 대한 질문을 남깁니다.
- 열린 결말: 결국 <헤레틱>의 결말은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 관객 각자의 해석에 맡깁니다. 팩스턴이 경험한 것이 진정한 구원인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자기기만이나 트라우마의 발현인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A24 영화가 가진 매력이기도 합니다.
IX. 최종 결론
영화 <헤레틱>은 휴 그랜트라는 배우의 재발견과 스콧 벡, 브라이언 우즈 감독의 지적인 연출, 정정훈 촬영감독의 미학적인 영상이 시너지를 이루는 매력적인 심리 공포 스릴러입니다. 비록 관객 반응은 다소 엇갈릴지라도, 깊이 있는 주제 의식과 강렬한 서스펜스는 관객에게 오랫동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것입니다. 독창적이고 잘 만들어진 공포 영화, 특히 A24의 작품 세계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2025년 4월 2일, 극장에서 <헤레틱>이 선사하는 서늘하고 지적인 공포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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